우리의 그늘을 담는 느린 물결
세상을 가장 아름답게 비추는 오후 다섯 시의 빛은 꼭 느리게 너울지는 금색 파도의 모양 같습니다. 이러한 이미지에서 이름을 따와 '레이지웨이브'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의 시선과 늦봄의 빛을 좋아합니다. 사울 레이터와 하마다 히데아키를 비롯한 사진가들의 작업, 여행과 나날, 벌새, 린다 린다 린다 같은 영화, 시청과 안국의 풍경, 그리고 무인양품·킨토·헤이처럼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능숙한 모델보다 자신의 일을 하고, 자신의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사진 속 인물의 개성과 분위기가 담백하게 드러나는 순간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커다란 창으로 부드러운 빛이 들어오는 공간에서 천천히 머물며 촬영을 이어갑니다. 나무 책상과 책, 카메라, 액자가 놓인 스튜디오에서 꾸며진 모습보다 오래 기억될 '본래의 나'를 담아냅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하게 만드는 사진
사진 속 인물이 어떤 사람이고 왜 그 자리에 있는지, 보는 사람이 스스로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여깁니다. 잘 차려입고 웃는 얼굴보다, 힘이 빠진 채로 무심코 짓는 표정에 그 사람이 있다고 믿습니다. 완성된 화보보다 잘 만들어진 아마추어리즘 사진을 더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사진보다 먼저 텍스트를 좇는 눈을 가진 작가답게, 사진에 글이 함께할 여백을 남겨두는 것을 좋아합니다. 설명을 더하지 않아도, 담백하면서 완성도 높은 한 장이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됩니다.

카메라 앞에서
편안해지는 순간을 기다립니다
내성적인 성향이지만 오래 강사 일을 하며 이야기를 이끄는 데는 능숙합니다. 많은 말을 건네지 않아도 촬영이 낯선 사람의 어깨가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풀리고, 카메라 앞이 어색했던 표정도 어느새 자연스러워집니다.
완벽하게 준비된 포즈보다, 그 사람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순간을 기다립니다. 그렇게 담긴 표정 하나가 어떤 연출보다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과한 보정 대신, 그날의 표정과 빛을 그대로 살리는 방향으로 마무리됩니다. 카메라 앞에서 편안해졌던 그 순간의 얼굴이, 사진 속에서도 그대로 남습니다.















